| [칼럼]급변하는 시대, 마음의 중심을 묻다 화순 석천사 주지 혜문 스님 호남in뉴스 jjsin1117@naver.com |
| 2026년 01월 30일(금) 1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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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무는 수행자의 눈에도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은 또렷이 들어옵니다. 다만 절집의 고요한 새벽종 속에서 바라본 세상은, 빠름보다 ‘방향’이 먼저 떠오릅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속도만 높인다면,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피로와 혼란뿐일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현상이 인연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변화 또한 수많은 인연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행정통합의 논의도, 국제질서의 재편도 그 자체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마음과 어떤 선택으로 맞이하느냐에 따라 그 결이 달라집니다. 갈등과 대립의 씨앗을 뿌릴 것인지, 상생과 협력의 인연을 심을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특히 지역의 변화는 삶의 터전을 함께 일구는 이웃의 문제입니다.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는 자비심이 먼저 서야 합니다. 작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마음, 당장의 편익보다 다음 세대의 삶을 생각하는 원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불교가 말하는 보살행의 현대적 실천이기도 합니다.
국제정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불안과 긴장이 고조될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냉철하면서도 평정한 시선을 유지해야 합니다. 두려움에 휩쓸리면 혐오와 배척이 자라나고, 분노에 흔들리면 이성은 자리를 잃습니다. 마음을 바로 세우는 정념(正念)이야말로 혼란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단단한 배입니다.
절집의 하루는 단순합니다. 종을 치고, 빗자루를 들고, 물 한 그릇을 올리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이 소박한 일상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멈추어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가, 나의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한 번 더 고개를 숙일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바쁜 세상 한복판에서, 잠시라도 자신의 호흡을 바라보며 마음의 자리를 살피는 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혼란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깊고도 단순한 지혜일 것입니다.
호남in뉴스 jjsin111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