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당하는 순간,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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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월당하는 순간,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나
정처질(호남인뉴스 총괄국장)
  • 입력 : 2026. 02.04(수) 14:36
  • 호남in뉴스
[호남인뉴스] 얼마전 광주에서 목포를 다녀올 일이 생겼다. 광주~무안 간 고속도로를 통해 출장을 떠났다.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만 해도 국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광주에서 목포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반이 걸리던 길이다. 편도 1차선 도로에서의 추월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자칫하면 욕설을 감수해야 하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차들은 도로 위를 시원하게 가르며 달린다. 곳곳에 속도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운전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구간이다. 단속 카메라가 오히려 뻘쭘해질 정도다.

도로는 넓어졌고 속도는 빨라졌지만, 운전자의 마음까지 함께 여유로워졌는지는 의문이다.

고속도로에서 누군가가 나를 앞질러 갈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속 페달을 밟으며 경쟁하듯 따라붙지는 않는가. 아니면 속으로 불편한 감정을 삼키며 짧은 욕설을 떠올리지는 않는가.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월을 당하면 괜히 기분이 상했고, 마치 내 운전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듯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이 과연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위험을 감수하고 추월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그 사람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고, 납품 시간을 맞춰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일 수도 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곤란해지는 상황일 수도 있고, 솔직히 말해 화장실이 급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 운전자는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또 누군가의 아들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그를 향해 쏟아내는 감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감정일까.

요즘 차량에는 각종 안전장치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기본처럼 탑재돼 있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만 활용해도 훨씬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낸다고 해도, 실제로 단축되는 시간은 고작 10분 안팎이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에 가깝다.

그 10분을 위해 감정을 소모하고, 위험을 키우는 선택이 과연 합리적인가. 도로 위에서의 작은 여유가 오히려 나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길은 아닐까.

다음에 누군가가 나를 추월해 간다면, 이렇게 한 번만 생각해보자. ‘아, 지금 저 사람은 나보다 더 급한 하루를 살고 있구나.’

먼저 보내주는 짧은 여유와 마음속의 한 번의 배려가, 도로 위의 분위기를 바꾸고 결국 나의 하루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제는 운전 중 추월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조금은 달라질 때가 아닐까. 분노보다 이해가, 경쟁보다 여유가 앞서는 도로 위의 풍경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호남in뉴스 jjsin1117@naver.com